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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SWING 칼럼] 왜 우리나라 운전자는 난폭할까?

2023.04.13 l 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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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사건에서 9세 여아가 음주운전자에 의해 사망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 사건은 운전자가 만취 상태로 어린이 보호 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하였고, 이후 운전자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이 사건은 국내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논쟁을 다시 한번 불거뜨리게 하였습니다.

사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운전자 A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 중이던 초등학생 B양을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A씨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 뒤 차를 몰고 외출했으며, 음주운전 혐의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여 A씨를 기소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음주 사망 사고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징역 1~2년이 권고되어 왔고, 최근 신설된 양형 기준안에 따를 때에도 최대 형량은 약 4년에 불과합니다. 이는 일반 살인죄 양형 기준(징역 10년~16년), 청소년 강간죄 기준 (4년~7년) 등 기타 범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차량 사고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죄명 대법원 양형 기준 
(기본) 살인죄 10년~16년
(기본) 청소년 강간죄 4년~7년
(기본) 변호사법 위반죄 3년~6년
(가중) 음주운전 치사 1년~5년 6개월
(기본) 음주운전 치사 1년 6개월~4년
(가중) 주거 침입 절도 1년 6개월~4년

 

차량 교통사고 심각성이 가볍게 평가되는 경향성은 다른 법과의 비교뿐 아니라 도로교통법 내에서도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법규 위반에 대해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벌점 기준으로, 단순 중앙선을 침범해서 불법 유턴을 한 경우는 벌금이 30점인 반면, 교통사고를 통해 중상 대인 사고가 발생한 경우의 벌점은 15점으로 오히려 낮습니다. 교통 사고를 발생시키고 도주했다가 자진 신고한 경우의 벌점이 30점으로 불법 유턴한 경우와 동일합니다. 차량 운전에 내재한 위험이 발현된 사고에 대해서 ‘굉장히 빈번한’ 사고임을 이유로 가볍게 처벌되는 가치관이 반영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벌점 사유
40 공동위험행위로 형사 입건된 경우, 승객의 차내 소란행위 방치 운전
30 중앙선 침범(불법 유턴), 속도 위반(40km/h~60km/h)
15 인적 피해 교통 사고 (중상), 신호 위반, 속도 위반(20km/h~40km/h)
10 보도침범, 보행자 보호 불이행
5 인적 피해 교통 사고 (경상)


해외 선진국에서는 교통사고 처벌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2020년 10월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워터포드(Waterford)에서 대낮에 음주 운전하여 앞차를 들이받아 탑승하였던 34세 운전자와 그의 6살 딸이 사망한 유사한 사건에서, 미시간주 지방법원은 가해자에게 최소 25년, 최대 75년의 막중한 형을 선고함으로써 법의 엄중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무분별한 차량 운행에 경종을 울린 바 있습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음주운전으로 근처 보도에서 킥보드에 탑승하고 있던 6살 아이를 사망시킨 사건에서 징역 8년형이 선고되어, 솜방망이 처벌에 피해자 아동의 유족들이 울분을 토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법제도상 차량 운전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은 사람의 생명보다 차량의 주행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종합적으로 한국의 운전자들이 ‘난폭’한 이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행자 위주의 법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며, 이러한 제도 개선을 기반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대하는 ‘가장 위험한 물건’인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의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